23일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 앞 광장에서 열린 ‘나라사랑 시낭송 콘서트’에서 맑은소리 낭송예술인 협회 회원들이 광복군의 삶을 재연하고 있다. 강북구 제공
“독립운동가 유림이시여. 17세 나이로 경술국치 당했을 때 손가락 잘라 독립을 시작한 당신께서도 이국땅에서 저 달을 보았겠지요. 별을 보며 고향을 그리워했겠지요.”23일 오후 7시 서울 강북구 4·19로 근현대사기념관 광장에 한 편의 시가 애잔하게 울려 퍼졌다. 청중 100여 명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이날 열린 ‘나라사랑 시낭송 콘서트’의 한 장면이다. 콘서트의 주제는 북한산 자락 수유동과 우이동 일대에 묻힌 독립운동가들의 삶. 이 일대에는 동학혁명과 3·1운동의 중심에 선 손병희 선생과 헤이그 특사로 잘 알려진 이준 열사를 비롯해 이시영, 김창숙, 신익희, 여운형, 이명룡, 유림, 김병로 선생, 그리고 광복군의 합동묘역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 콘서트는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윤보영 시인이 독립운동가 16명의 삶에 맞춰 시를 지었다. 국내 시낭송대회 수상자 30여 명이 돌아가며 읽었다. 중간중간 성악가와 기타리스트, 연극배우 등이 퍼포먼스 공연을 선보였다. 주민들은 색다른 가을 정취에 흠뻑 젖었다.
지난해 ‘암살’에 이어 올해 ‘밀정’ 등 독립운동가를 다룬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유적과 묘역이 있는 근현대사기념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5일 강북구 등에 따르면 올해 5월 문을 연 근현대사기념관에는 을사조약문과 헤이그 특사 위임장, 2·8독립선언서 등 독립운동 관련 유물 144점이 전시 중이다. 이곳에서는 일본의 야욕과 서구 열강이 조선을 어떻게 침략했는지 당시 일본인이 그린 그림을 통해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또 목숨을 걸고 승리를 다짐하는 광복군들이 서 있는 흑백사진에 관람객 사진을 결합할 수 있는 코너도 인기다. 23일 현장체험학습을 하러 경기 의정부시에서 온 황연 군(15·회룡중)은 “독립운동가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그들의 사연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근현대사기념관 박물관팀 최인담 학예사(31·여)는 “영상과 그래픽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어린 학생들이 독립운동사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